메모만으로 1화를 쓰기에 충분해서 질문 없이 바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해석이 갈리는 곳 세 군데는 1단계 끝에 짚어 두었습니다.
1단계: 설정표
| 구분 | 항목 | 내용 |
|---|
| 세계관 규칙 | 현재(1화) | 던전이 없는 평범한 현대 도시 |
| 1년 뒤 | 도시에 던전이 생긴다. '던전 시대'의 시작 |
| 핵심 규칙 | 몬스터 식재료로 만든 요리가 각성자의 능력을 올려 준다 (던전 시대에 밝혀짐) |
| 각성 | '요리 각성자'라는 각성자가 있다 |
| 주인공 한서준(28) | 지금 | 망해 가는 분식집 사장. 던전이 생기기 1년 전으로 회귀 |
| 회귀 전 | 던전 시대에 요리 각성자로 이름을 날리다 죽음 |
| 목표 | 이번에는 윤하린을 지킨다 (메모의 '지키지 못한 사람'에서 읽은 것) |
| 강점 | 칼을 잘 쓴다 · 1년 뒤 일을 안다 |
| 약점 | 사람 대하는 게 서툴다 |
| 말투 | 짧다 |
| 주요 인물 | 윤하린(25) | 분식집 옆 꽃집 사장. 서준이 회귀 전에 지키지 못한 사람 |
| 지금까지 일어난 일 | 연재 | 없음 (1화) |
| 서준의 기억 | 던전 등장 → 요리 각성자로 이름을 날림 → 하린을 지키지 못함 · 서준 사망 → 던전 1년 전 분식집 주방으로 회귀 |
설정끼리 부딪히는 곳: 정면으로 부딪히는 곳은 없습니다. 다만 읽는 법에 따라 갈리는 곳이 셋 있어서, 1화에서는 되도록 건드리지 않는 쪽으로 썼습니다. 정해 주시면 설정표에 반영하겠습니다.
- 나이의 기준 시점: 28세를 1화 시점(회귀 후) 나이로 읽었습니다. 죽을 때 나이라면 1화의 서준은 '던전 시대 기간 + 1년'만큼 어려집니다.
- 회귀 후 각성 능력: 메모에 없습니다. 1화에서는 능력을 쓰지도, 확인하지도 않고 칼 솜씨와 기억만 쓰게 했습니다.
- '지키지 못했다'의 뜻과 순서: 하린이 죽은 것인지, 서준의 죽음보다 먼저인지 메모에 없습니다. 그날의 장면은 그리지 않았습니다. 단, 마지막 대사 하나가 '죽음' 쪽으로 기울어 있어 4단계 표에 표시했습니다.
2단계: 1화 설계
| # | 장면 | 목적 | 한 줄 |
|---|
| 1 | 기름 끓는 소리 | 정보·감정 | 주방에서 눈을 뜬 서준이 흉터 없는 손과 휴대폰 날짜로 '던전 1년 전'임을 확인한다 |
| 2 | 합의서 | 갈등: 통쾌 | 회귀 전엔 고개 숙이고 서명했던 계약 해지 합의서를 거절하고, 늘 공짜로 집어 먹던 건물주에게 김밥값을 받아 낸다 |
| 3 | 합의서 뒷면 | 정보 | 1년 뒤 일을 떠올리고 할 일 세 줄을 적은 뒤 "가게부터"로 정한다 |
| 4 | 첫 떡볶이 | 감정 | 손은 기억하지만 반 박자 느리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덜 매운 1인분'을 끓인다 |
| 5 | 풍경 소리 | 감정: 끊기 | 하린이 들어와 "덜 맵게요"를 주문한다. 서준이 해서는 안 될 한마디를 하는 데서 끊는다 |
- 통쾌 장면은 2번입니다. 초반 1/4 지점에 둬서 1화 이탈을 막습니다. 이를 위해 메모에 없는 '건물주'를 새로 넣었습니다.
- 3번의 결정("가게부터")이 2번의 거절과 5번의 하린을 한 줄로 묶습니다. 꽃집이 벽 하나 너머이기 때문입니다.
3단계: 원고
1화. 기름 끓는 소리
치이익.
기름 끓는 소리에 서준은 눈을 떴다.
마지막 기억에도 비슷한 소리가 있었다. 다만 그때 끓던 건 기름이 아니었다. 누군가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는데, 끝까지 듣지 못했다.
튀김기 앞, 플라스틱 의자 위였다. 등에 닿은 벽 타일이 차가웠다.
서준은 숨을 들이켰다. 피 냄새가 없었다. 탄 살 냄새도, 무너진 콘크리트 먼지도 없었다.
대신 오래 쓴 식용유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손이 먼저 움직였다. 튀김기 불을 끄고, 기름 온도계를 확인하고, 행주로 손을 닦았다.
그러고 나서야 그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왼손 손등을 가로지르던 흉터가 없었다. 칼자루에 박여 있던 굳은살도 반쯤 사라져 있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손이 가벼웠다.
홀에는 아무도 없었다. 테이블 네 개 위로 오후 햇빛만 길게 누워 있었다.
오후 세 시. 점심 장사가 끝났어야 할 시간인데, 끝낼 장사가 없었다.
계산대 옆 배달 태블릿은 까맣게 꺼져 있었다. 그 아래로 빨간 도장이 찍힌 고지서가 몇 장 삐져나와 있었다.
서준은 이 풍경을 알았다.
망해 가던 가게. 던전이 열리기 전, 그가 아직 아무것도 아니던 시절의 주방.
계산대 위에서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대출 이자 연체 안내 문자였다.
서준은 문자 대신 화면 위쪽의 날짜를 보았다.
거꾸로 세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잊을 수 없는 날짜가 하나 있었으니까.
도시 한복판에 첫 던전이 열린 날.
그날까지, 꼭 1년이 남아 있었다.
서준은 개수대로 가 찬물을 틀었다. 물줄기가 손등을 때리는 감각이 지나치게 선명했다.
스테인리스 냉장고 문에 얼굴이 비쳤다. 눈 밑은 거뭇했고 볼은 조금 패어 있었다. 스물여덟, 빚만 늘던 해의 얼굴이었다.
젖은 손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돌아왔네."
서준은 칼꽂이에서 식칼을 뽑았다. 엄지 끝으로 날을 쓸어 보았다. 무뎠다.
싱크대 밑에서 숫돌을 꺼내 물에 담갔다. 칼날이 돌 위를 미끄러지는 소리가 빈 가게를 채웠다.
스윽, 스윽. 숨이 그 소리에 맞춰 느려졌다.
딸랑.
문에 달린 풍경이 거칠게 흔들렸다.
들어온 건 손님이 아니었다. 배가 나온 오십 대 남자가 서류 봉투로 계산대를 툭툭 쳤다.
건물주였다.
건물주는 앉지도 않았다. 계산대에 팔꿈치를 걸치고 텅 빈 홀을 한 바퀴 훑었다.
"한 사장, 넉 달이야. 넉 달."
봉투에서 종이 한 장이 나왔다. 맨 위에 '임대차 계약 해지 합의서'라고 찍혀 있었다.
"밀린 월세는 보증금에서 까 줄게. 이번 주 안에 빼. 여기 이름만 쓰고."
서준은 그 종이를 알았다.
그때도 이 계산대 앞이었다. 그때 서준은 고개를 숙였고, 볼펜을 쥔 손을 떨었고, 결국 이름을 썼다.
이번에 서준이 집은 것은 볼펜이 아니라 당근이었다.
칼을 쥐었다. 손잡이가 손바닥에 감겨 오는 무게가 익숙했다.
타다다다닥.
당근이 실처럼 가늘어져 도마 위에 쌓였다. 굵기가 전부 같았다. 칼날은 한 번도 도마에서 뜨지 않았다.
"어이. 사람이 말하는데."
"안 뺍니다."
칼질은 멈추지 않았다. 건물주의 눈썹이 꿈틀했다.
"뭐?"
"월세는 이달 말까지 드립니다."
건물주가 코웃음을 쳤다. 그러고는 늘 하던 대로 진열대의 김밥 한 조각을 집어 입에 넣었다.
"무슨 돈으로? 요즘 누가 동네 분식집에서 사 먹어. 파리만 날리는 집이."
그가 우물거리며 한 조각을 더 집었다.
탁.
칼이 멈췄다. 서준이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삼천 원입니다."
"……뭐?"
건물주의 턱이 씹다 만 채로 멈췄다.
"김밥. 썰어 놓은 한 줄, 손대셨으니까."
서준은 칼끝으로 반쯤 빈 김밥 접시를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당근을 썰었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건물주의 시선이 칼날을 따라 오르내렸다. 목울대가 한 번 꿀렁였다.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장사 중입니다."
그는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를 꺼내 계산대에 내리쳤다.
"잔돈은 됐고. 이달 말이다. 하루라도 넘기면 짐 다 뺀다."
서준은 서랍을 열어 거스름돈을 셌다. 사만 칠천 원. 지폐 모서리를 맞춰 건물주 앞으로 밀었다.
"거스름돈."
건물주의 얼굴이 벌게졌다. 그는 돈을 낚아채듯 쥐고 나갔다.
풍경이 한참 동안 요란하게 흔들렸다. 합의서는 계산대 위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서준은 칼을 내려놓고 손바닥을 펴 보았다. 떨림이 없었다.
서준은 합의서를 뒤집었다. 계산대 컵에 꽂힌 볼펜을 뽑았다.
하얀 뒷면 위에서 펜 끝이 한참 머물렀다.
1년 뒤의 일은 순서대로 떠오르지 않았다.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도시 한복판에 처음 던전이 열리던 날의 사이렌. 휴대폰마다 동시에 울리던 재난 문자.
몬스터 고기로 끓인 국 한 그릇이 각성자의 힘을 끌어올린다는 사실이 밝혀지던 날, 사람들은 주방으로 몰려왔다.
각성자들이 가게 앞에 줄을 섰다. 국 한 그릇 값이 차 한 대 값으로 뛰었다.
그의 칼 앞에 놓이던 것들. 비늘이 손바닥만 한 물고기, 돌처럼 단단한 뿌리, 아직 따뜻한 고기.
던전 입구 앞 간이 주방에서 밤새 국을 끓이던 날들.
그리고 그 주방 한가운데에 서 있던 남자. 요리 각성자 한서준.
이름이 커지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켜야 할 것을 놓치는 데도.
볼펜 끝이 종이를 눌렀다. 잉크가 작게 번졌다.
서준은 첫 줄을 적었다.
1. 가게
주방이 있어야 했다. 몬스터 식재료가 풀리기 전에 손을 되돌려 놓아야 했고, 남보다 먼저 시험해 볼 불과 도마가 필요했다.
2. 돈: 이달 말
넉 달 치 월세. 1년 뒤의 그라면 국 한 그릇 값이었다. 서준은 그 줄에 밑줄을 두 번 그었다.
셋째 줄에서 펜이 멈췄다.
그날의 일이 떠오르려 했다. 끝내 닿지 않던 손끝 같은 것.
서준은 볼펜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거기까지만.
한참 뒤에야 글자가 나왔다. 획 하나하나가 비뚤었다.
3. 윤하린
서준은 고개를 돌려 왼쪽 벽을 보았다. 기름때 낀 타일 너머가 꽃집이었다.
아침마다 그 벽 너머에서 셔터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가게를 빼면, 그 소리도 같이 잃는다.
서준은 첫 줄의 '가게'에 동그라미를 쳤다. 볼펜이 종이를 뚫을 만큼 세게.
가게부터였다.
창밖 햇빛이 주황색으로 기울었다.
서준은 앞치마 끈을 다시 묶었다. 떡볶이 판에 물을 붓고 불을 올렸다.
냉장고에서 꺼낸 떡은 서로 들러붙어 굳어 있었다. 찬물에 담가 한 가닥씩 떼어 냈다.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 간장. 계량컵은 쓰지 않았다. 양은 손이 기억하고 있었다.
어묵 열 장을 겹쳐 놓고 칼을 넣었다. 세모난 조각들이 같은 크기로 떨어져 나갔다.
다만 느렸다. 기억 속 손보다 반 박자씩.
떡을 판에 쏟았다. 국자로 바닥을 긁으며 저었다. 떡이 하나도 눌어붙지 않았다.
국물이 끓어오르자 단내와 매운 김이 한꺼번에 얼굴로 올라왔다.
판 가장자리에서 양념이 졸아 끈적한 소리를 냈다.
서준은 국자로 국물을 떠 맛을 보았다.
혀끝에 닿는 건 그냥 고추장 맛이었다. 몬스터 뼈로 낸 육수의 묵직함도, 삼키는 순간 손끝까지 번지던 열기도 없었다.
그래도 간은 정확했다.
떡 하나를 건져 반으로 잘랐다. 속은 아직 하얬다.
서준은 작은 냄비를 하나 꺼냈다. 국물을 한 국자 덜어 물을 섞었다. 붉은색이 한결 옅어졌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1인분이었다.
딸랑.
풍경이 울렸다. 아까와는 다른 소리였다. 가볍고, 짧았다.
먼저 들어온 건 냄새였다. 젖은 흙 냄새, 막 자른 풀줄기 냄새. 그것이 기름 냄새를 밀어내며 주방까지 들어왔다.
탁.
대파를 썰던 칼이 멈췄다. 칼끝이 왼손 손톱 앞, 쌀 한 톨 거리에 서 있었다.
도마 위에서는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는 칼이었다.
"사장님, 떡볶이 돼요? 덜 맵게요."
조금 쉰 목소리였다. 꽃 상자를 나르다 온 날이면 늘 그랬다.
서준의 눈이 가스레인지로 내려갔다. 약불 위에서 작은 냄비가 조용히 끓고 있었다.
서준은 칼을 내려놓았다. 도마 모서리를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고개를 드는 데 오래 걸렸다.
열린 문으로 주황빛 저녁 햇살이 들이쳤다.
문간에 윤하린이 서 있었다. 흙 묻은 초록 앞치마, 귀 뒤로 넘긴 머리, 한 손에 든 작은 화분.
"이거 팔다 남은 건데, 계산대가 너무 휑해서요."
화분을 내밀던 하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사장님? 왜 그렇게 봐요. 무섭게."
서준의 입술이 한 번 열렸다가 닫혔다.
목 안쪽이 뜨거웠다. 매운 김 때문은 아니었다.
"……살아 있어서."
(약 3,000자, 공백 제외)
4단계: 편집자 점검
| 구분 | 위치 | 짚을 곳 | 제안 |
|---|
| 설정과 어긋난 곳 | 전체 | 메모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곳은 없습니다 | : |
| 메모에 없던 것 (새로 넣음) | 장면 2 | 건물주 · 월세 넉 달 체납 · 계약 해지 합의서 | 살리시면 설정표에 추가합니다. '이달 말까지 월세'가 2화의 숙제가 됩니다 |
| 메모에 없던 것 (새로 넣음) | 장면 2 | 회귀 전 서준이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기억. 회귀 전엔 이 가게를 잃었다는 뜻이 됩니다 | 원래 구상과 다르면 그 한 문단만 빼도 통쾌함은 남습니다 |
| 메모에 없던 것 (새로 넣음) | 장면 1 | 죽기 직전의 감각(피·탄 냄새·무너진 콘크리트), 회귀 전 손등 흉터 | 죽은 경위가 정해지면 맞춰 고칠 곳입니다 |
| 메모에 없던 것 (새로 넣음) | 장면 4·5 | 하린의 단골 주문 '떡볶이 덜 맵게' | 두 사람 사이의 소품으로 이후 회차에서도 계속 쓸 수 있습니다 |
| 해석으로 정한 것 | 장면 1 | "스물여덟": 28세를 1화 시점 나이로 박았습니다 | 죽을 때 나이라면 이 한 줄만 고치면 됩니다 |
| 해석으로 정한 것 | 장면 4 | 몬스터 육수를 먹으면 '손끝까지 열기가 번진다': 능력 상승의 체감을 처음 묘사했습니다 | 상태창·수치로 보여 줄 작품이라면 2화 전에 방식을 정해야 합니다 |
| 해석으로 정한 것 | 장면 5 | 마지막 대사 "살아 있어서"는 하린이 회귀 전에 죽었다는 쪽으로 읽힙니다 | '지키지 못한'이 죽음이 아니라면 "……다행이라서."로 바꾸세요. 끊는 힘은 비슷합니다 |
| 앞 화와 이어지지 않는 곳 | : | 1화라 해당 없음. 대신 2화가 받아야 할 것: ① 하린의 반응 ② 이달 말 월세 ③ 가게를 지킬 첫 수 | : |
| 늘어지는 곳 | 장면 1 | 회귀 확인이 흉터 → 날짜 → 얼굴로 세 번 반복됩니다 | 흉터나 얼굴 중 하나를 덜고, 그만큼 장면 2에 보태기 |
| 늘어지는 곳 | 장면 4 | 떡 떼기 · 어묵 썰기 · 판 젓기 손질이 연달아 나옵니다 | 분량을 줄일 때 가장 먼저 덜 곳입니다. 단 '덜 매운 1인분'은 마지막 장면과 이어지니 남겨 두세요 |
1단계에서 짚은 세 가지(나이 기준 · 회귀 후 능력 · '지키지 못했다'의 뜻)만 정해 주시면 설정표에 반영하고 2화 설계로 넘어가겠습니다.